투자와 인문학

세상을 읽는 경제학, 실패에서 배운 세상읽기 #2 스태그플레이션(오일쇼크)

패스파인더 위드 2025. 1. 6.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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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에 발생한 오일 쇼크와 그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은 경제학의 또 다른 실패 사례로 기록됩니다. 당시 주류 경제학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실업률 증가가 동시에 발생할 수 없다는 가정을 기반으로 했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 오일 쇼크는 이 가정을 정면으로 뒤흔들며 경제학 이론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무엇인가?


스태그플레이션은 Stagnation(경기 침체)**과 Inflation(물가 상승)의 합성어로, 경기가 침체되면서도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이례적인 경제 현상을 말합니다.

기존 경제학의 대표 모델인 필립스 곡선(Phillips Curve)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사이에 역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실업률이 낮으면 물가가 상승하고, 실업률이 높으면 물가가 안정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1970년대 오일 쇼크는 이 이론이 현실에서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오일 쇼크와 스태그플레이션의 시작


1차 오일 쇼크 (1973)

•1973년, 중동 전쟁(욤키푸르 전쟁)으로 인해 석유 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공급을 제한하고 가격을 급격히 인상했습니다.
•원유 가격은 단기간에 4배로 치솟았고, 이는 전 세계적으로 생산비 상승과 물가 급등을 초래했습니다.

2차 오일 쇼크 (1979)
•1979년, 이란 혁명으로 인해 원유 생산과 공급이 또 한 번 위축되며, 가격이 다시 급등했습니다.

결과:
• 주요 산업국들은 원유 가격 상승으로 생산비가 급격히 증가해 경기 침체를 겪었고, 동시에 물가는 급등했습니다.
• 실업률이 상승하면서도 물가가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본격화되었습니다.

경제학의 실패: 왜 스태그플레이션을 예측하지 못했는가?


1. 필립스 곡선의 한계
• 필립스 곡선은 단기적으로 실업률과 물가 상승률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 유용했지만, 오일 쇼크와 같은 외부 충격이 가해졌을 때는 무력했습니다.
• 석유 가격 상승은 모든 경제 주체의 비용을 동시에 증가시키며, 기존 이론이 설명하지 못한 “비용 인상형 인플레이션(Cost-Push Inflation)“을 초래했습니다.

2. 고전 경제학과 케인즈주의의 오류
• 고전 경제학은 시장이 스스로 균형을 찾을 것이라 믿었지만, 오일 쇼크로 인한 충격은 균형을 무너뜨렸습니다.
• 케인즈주의는 정부 지출을 늘려 경기 침체를 해결하려 했지만, 이 경우 인플레이션이 악화되는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3. 심리적 요인 간과
• 오일 쇼크 이후, 소비자와 기업의 불안 심리가 시장에서의 과도한 가격 상승과 생산 감소를 부추겼습니다. 경제학은 이런 심리적 요인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새로운 경제학의 등장: 스태그플레이션의 교훈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학 이론의 전환점을 마련했습니다. 기존의 고전 경제학과 케인즈주의를 넘어, 새로운 경제학적 접근법이 요구되었습니다.

1. 프리드먼과 통화주의
• 밀턴 프리드먼은 스태그플레이션의 원인을 통화 정책의 실패로 분석했습니다.
• 그는 물가 상승이 통화량의 과도한 증가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하며,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이 물가 안정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 “자연 실업률(Natural Rate of Unemployment)” 개념을 통해, 실업률을 지나치게 낮추려는 정책이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수 있음을 경고했습니다.

2. 공급 측 경제학
• 스태그플레이션은 공급 측 요인을 중시하는 경제학의 탄생을 이끌었습니다.
•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세금 감면, 규제 완화 등의 정책이 도입되었습니다.

현대 경제에 주는 교훈


스태그플레이션은 현대 경제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교훈을 제공합니다.
• 외부 충격의 관리: 원자재 가격 상승과 같은 외부 충격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 대비가 필요합니다.
• 정책의 균형: 물가 안정과 경기 부양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 심리적 요인의 중요성: 시장 참여자의 기대와 심리를 경제 정책에 반영해야 합니다.

예컨대, 2020년대 초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공급망 위기와 원자재 가격 상승은 현대판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하며, 중앙은행과 정부가 그 대응 방안을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맺으며


스태그플레이션과 오일 쇼크는 경제학이 단순한 모델에만 의존할 때 얼마나 큰 실패를 겪을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러한 실패는 경제학의 발전을 자극했으며, 오늘날의 정책 설계에 중요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통해 경제학이 또 한 번 직면한 한계와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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