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읽는 경제학, 실패에서 배운 세상 읽기 #1 대공황
경제학이 현실과 맞닿아 가장 극적으로 실패했던 순간 중 하나는 바로 1929년의 대공황입니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사건이 아니라, 당시 경제학 이론의 한계와 오류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례였습니다. 경제는 단순히 시장의 논리로만 설명되지 않으며, 복잡한 인간 심리와 사회적 요인이 결합되어 있다는 사실을 대공황은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대공황의 시작: 시장은 스스로 조정될 것이라는 믿음
1929년 10월,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주가가 폭락하며 시작된 대공황은 단순한 주식 시장의 붕괴가 아니었습니다. 이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로 퍼져나가, 대규모 실업과 기업 도산,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주류 경제학은 시장이 스스로 균형을 회복할 것이라는 고전학파의 신념에 기반을 두고 있었습니다.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시장이 자율적으로 작동하며 외부의 개입 없이도 균형을 찾아갈 것이라는 믿음을 낳았습니다. 이러한 믿음은 정부가 경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생각을 막았고, 오히려 공황의 깊이를 더했습니다.
경제학의 실패: 왜 문제를 예측하지 못했는가?
대공황은 당시 경제학자들이 현실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음을 보여줍니다. 당시의 경제학은 주로 균형 상태를 전제로 한 이론적 모델에 초점을 맞췄으며, 주식 시장의 과열과 붕괴를 설명할 도구가 부족했습니다.
특히 금융 시장에서의 비이성적 과잉 투자와 거품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경제학은 인간 심리의 복잡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대중의 공포가 시장에서 어떤 파급 효과를 낳는지, 신용 위축이 얼마나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간과한 것입니다. 이러한 실패는 이후 행동경제학의 발전으로 이어지며, 인간의 비합리적 행동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케인즈의 등장: 새로운 경제학의 길
대공황이 심화되던 시기,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기존의 고전 경제학이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 이론》**에서 시장은 스스로 균형을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며, 정부가 경제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케인즈는 불황기에는 정부가 공공사업 등을 통해 소비를 촉진하고, 실업률을 낮추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이후 뉴딜 정책으로 이어져 대공황의 충격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케인즈 경제학은 현대 거시경제학의 기초를 세웠으며, 대공황의 교훈을 바탕으로 경제 위기를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했습니다.
대공황이 주는 교훈
대공황은 경제학의 한계를 드러내면서도, 경제학이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사건이었습니다. 첫째, 이는 시장의 자율성만을 신뢰하는 이론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둘째, 인간의 비합리적 행동과 심리적 요인을 경제학이 간과할 수 없음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셋째,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재조명했습니다.
오늘날에도 대공황의 교훈은 유효합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 정책을 통해 경제를 안정시키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는 대공황이 남긴 중요한 유산입니다.
맺으며
대공황은 단순히 경제적 실패의 사례가 아니라, 경제학의 본질과 한계를 성찰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경제학은 현실의 복잡성을 완벽히 설명하지 못할 수 있지만, 그 실패에서 배운 교훈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대공황 이후 경제학이 다시 도전받은 사례인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을 통해 경제학의 한계를 다시 살펴보겠습니다.